2019년 기업인과의 대화 (사진=청와대)

[테크홀릭] 한국경제 성장에 빨간 불이 켜진 것은 이미 오래지만 세계적인 평가사와 국내 평가기관들이 줄이어 한국의 낮은 성장률과 함께 한국기업의 성장 전망을 부정적으로 내다보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지난 24일 한국경제연구원(KERI)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지난해보다 0.3% 포인트 낮아진 2.4%로 전망했다. 이는 정부가 2.6~2.7%, OECD가 2.6%로 보던 것에서 한참 아래로 내려온 수치다.

한경연은 24일 'KERI 경제동향과 전망: 2019년 1분기'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외국 기관이 보는 한국 경제 성장률은 작년 말까지 평균 2.8%로 잠재 수준을 유지해 오다가 이달 들어서는 2.5%로 하향 조정됐고 무디스는 2.1%까지로 대폭 낮췄다. 무디스의 저평가는 뼈아프다. 무디스가 기대보다 훨씬 낮은 저평가를 내리는 바람에 다른 평가사들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크다.

이런 데도 불구하고 정부나 청와대의 생각은 이와 다르다는 인식상의 차이가 드러난다. 정부는 현재 그만 하면 다행스럽다는 쪽이다. 2월 취업자가 1년 전보다 26만명 늘어난 것으로 통계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용을 보면 그리 나아진 것도 없다. 정부 선심성 세금지출로 만든 노인 단기 알바 자리가 급증한 것이다. 30-40대 일자리는 24만 명이나 줄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낙관적 평가를 되풀이해 실물경제를 보는 정부의 분석이 질타를 맞기도 했다.

이른바 나홀로 낙관론이다.

더 큰 문제는 앞서도 언급한 것처럼 외국계 신용평가사의 부정적 인식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투자ㆍ생산ㆍ고용 등 핵심지표가 부진한 것은 물론이고 반도체를 중심으로 버텨오던 수출까지 감소하고 있어 부정적 전망이 나오고 있는 데도 정부만 나홀로 낙관적이라는 점이다.

사실 글로벌 신용평가사 S&P는 올 3월 현재 한국기업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린 곳이 하나도 없다, 한국 기업들의 신용도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하락세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을 내린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하반기 우리 간판기업들이 대거 신용등급 강등 위험에 놓일지도 모른다.

부정적 평가의 내면은 더 심각하다.

우선 작은 정부를 표방하는 외국의 사례와 달리 우리는 정부 지출이 커지고 공무원이 늘면서

비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과 성장을 추구하기보다 복지를 추구하고 비용 지출을 앞세우는 것이 부정적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용이 늘어나는 것은 절대 지지할 수가 없는 지표 분석이다.

한국 기업에 대해 예의주시하는 외국평가기관들은 기업의 잠재력이나 성장력보다 외부 환경에 취약한 부분을 우려하는 모양새다. 우리 기업이 실력은 어느 정도 있으나 외부적 환경에 취약하다고 보는 것이다.

외부적 환경은 보는 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기업적인 요소만 보면 당장 나타나는 외부의 불확실성이 정부몫이다. 정부가 예측 가능하게 정책 집행을 선도해야 하는데 정부 스스로 손바닥 뒤집듯 정책 방향을 뒤집고 있다.

기업경영을 옥죌 소지가 있는 상법 개정안도 불확실성에 표를 몰아주는 성격이다. 상법, 공정거래법, 금융그룹통합감독법 등 경제민주화 법안은 그간 ‘기업 옥죄기’라는 반대에 부딪혀 논의가 지지부진했으나 최근 다시 동력을 얻은 듯 여당의 중점 추진 법안으로 떠올랐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이 지난 19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에게 기업활동에 부담이 되는 정책을 신중하게 처리해 줄 것을 요청한 것은 이같은 정부 여당의 흐름을 부담스럽게 여기는 재계의 시선으로 이어진다.

손경식 회장은 19일 국회에서 황교안 대표를 만나 “국회에서 검토하고 있는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 등은 기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으니 신중하게 고려해 달라”고 부탁했다.

상속세와 최저임금을 놓고도 정부안과 다른 의견을 제시하고 고율의 상속세로 기업인들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도 지적했다. 이렇게 해서는 명문 장수기업들이 대를 이어 발전할 수 없다는 인식이다.

한편 규제혁신도 말보다 실행이 늦어지는 데다 이직집단의 반발로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정부가 조정자의 입장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고 있는 반증이다. 그럼에도 견실한 흐름이라는 경제 인식에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

작년 말 크리스토프 하이더 주한 유럽상공회의소(ECCK) 사무총장이 ‘한국 경제가 갈라파고스 함정에 빠지고 있다’고 발언한 적이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이 문제를 보는 정부 분석이 또한 갈라파고스라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적어도 세계경제의 흐름은 우리와 달라도 한참 다르다.

당장 급한 것은 개별 기업을 중심으로 기업 평가를 끌어올리는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자금 조달에 심각한 우려가 생기거나 추격자 그룹과의 경쟁에서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여기에 국가성장률을 뒷받침해 줘야 개별 기업들이 살아난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승훈 기자  leesh37@techho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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