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고용상황관련 당정청 회의 (사진=기획재정부)

[테크홀릭] 지난 7월 취업자 증가폭이 5,000명을기록하면서 1997년 외환위기 이래 최악의 고용참사가 발생했다. 지난해 월평균 취업자 증가폭 31만6,000명의 약 63분의 1에 불과한 참담한 수치다. 실업자도 역시 외환위기 이후 처름으로 7개월 연속 100만명을 웃돌았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정부 최대의 현안으로 삼고 일자리 창출에 정권의 사활을 걸고 있지만 이렇게 일자리 문제가 점점 더 수렁으로 빠져들자 문재인 정부의 경제 사령탑인 김동연 부총리와 장하성 정책실장의 대조적인 태도가 더욱 주목을 끌고 있다. 

김동연 부총리와 장하성 실장은 지난 해 말부터 서로 신경전을 벌였다. 그간 김동연 부총리는 현실에 입각해 정부 정책의 변용을 추구하는 모습이었다. 이에 반해 장하성 실장은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인상 등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을 변함없이 그대로 추진하려는 듯한 모습으로 두 경제 수장이 서로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최근 실업난이 갈수록 수렁에 빠지는 듯 악화되자 지난 19일 당정청 회의에서경제 수장인 두 사람이 또다시 갈등을 일으키는 모습을 보였다. 

회의 모두 발언에서 장하성 실장은 "소득주도성장을 강화하겠다"는 말 외에는 특별한 의견 표명을 하지도 않았다. 회의에 들어가서도 김동연 부총리가 장하성 실장에게 '정책수정을 검토할 의향은 있는지 입장은 어떠한지 정책 수정에 대한 의견을 5번이나 물었지만 장하성 실장은 대답을 회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두 사람의 태도가 엇박자를 내는 것이 아니냐는 여론의 지적이 나오자 20일,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서로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며 언론에서 괜히 너무 예민하게 반응한다"고 애둘러 문제를 축소시켰다. 

그러나 김동연 부총리와 장하성 실장의 태도나 현안에 대한 해결책은 분명히 다르다는 것이 많은 이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나아가 장하성 실장의 정책은 이미 한계를 보였다며 이제는 김동연 부총리의 정책 변용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도 대두하고 있다. 더 이상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그대로 밀어부치는 것은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고용참사가 더욱 확대되자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권은 "청와대의 경제라인을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적어도 두 경제 수장의 갈등, 불협화음을 그대로 방치해서는 아무 것도 되지 않는다며 하루 빨리 경제 정책 기조를 다시 세워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장하성 실장은 당정청회의에서 고용참사에 대해서 막연히 "소득주도성장의 효과가 곧 나타날 것"이라 주장했다. 그러나 생산성과 노동시장에서의 수요공급을 무시하고 일단 노동자들의 소득을 최저임금제를 통해서 먼저 올려주면 경제성장은 뒤따른다는 소득주도 성장정책에 대해서는 경제원리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많다. 

경제사적으로도 프랑스 집권 인민전선 정부의 레옹블룸 등 지금까지 많은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정책과 내용이 같은, 이름만 다른, 정책을 추진했지만 한결같이 민생이 파탄나는 결과만 나타났다. 

장하성 실장은 "정부의 자영업자 지원대책과 상가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되면 자영업자들의 상황 일부가 개선될 것이라고 판단한다"며 여전히 시장개입과 확장재정 정책을 그대로 밀고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부는 경제는 심리라며 정부의 정책을 믿어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밑도 끝도 없는 소득주도성장가설과 공공부문 확대를 통한 일자리 창출 전략을 언제까지 믿어줘야할지 막막할 따름이다. 

전문가들도 대체로 장하성 실장에 비판적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수출 부진과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이 맞물려 나타난 결과”라며 고용참사의 원인을 진단하고 최저임금 인상을 늦추는 대책을 주문했다. 

또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위 경제정책 결정권자들이 경제 상황을 제각각 판단하는 것은 정부 내 컨트롤타워가 무너진 것을 방증한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강성진 교수는 “경기 위축이라는 현상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며 경기 위축으로는 보지 않는 김동연 부총리까지 비판하고 있다. 

이승훈 기자  leesh37@techho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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