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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치금융 이만 끝내야 할 때...금융계 CEO 인사는 실적과 주주의 선택이 답이다

 

우리나라는 정부가 금융을 지배하는 관치 금융을 끝내야 하는 해묵은 과제를 안고 있다. 정부가 금융기관을 보이지 않게 조종하고 장악하며 막강한 인사권까지 행사하는 것이 관치금융이다.

1980년대 이후 ‘금융기관에 대한 임시 조치법’이 폐지되고, 시중은행의 민영화가 이루어진 후 민주화 과정에서 금융계의 독립성이 강조되어 왔지만 지난 정부까지 감독권이라는 이름 아래 정부가 깊숙이 개입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이에 새 정부는 적폐청산이라는 이름 아래 전방위적으로 금융계 낙하산 인사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잇단 지배구조 개선 방향과 특정 인사에 대한 보이지 않는 압박이 계속되고 있어 금융회사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최고경영자는 실적에 따라 거취가 결정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며 논리이지만 그것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니 여기저기서 불만의 소리가 흘러나오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두 가지 시각이 혼재하고 있다. 한 가지는 정부가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경제 수장이 지향하고자 하는 방향에 동의하고 적극 지지하는 인물이 금융계 리더로 나서는 것이 뭐가 문제인가라는 시각이다.

또 한 가지는 경영의 자율성과 건전화를 위해서는 정부가 개입하지 말고 민간에 맡겨야 한다는 시각이다. 주주의 의사들이 적극적으로 반영되어야 한다는 시장논리이다.

금융업계는 시장논리에 맡겨 주주들이 정당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국내에선 금융지주회사의 회장은 대부분 3년 임기다. 연임은 주주들이 결정하는 것이 당연한 권리이다. 그러나 그 권리를 보이지 않는 손이 방해해 온 것이 우리 현실이었다.

구체적으로는 검찰이 뭔가를 흘리고 이를 받은 언론이 수장을 흔들기도 한다. 개중에는 자진해서 하차하기도 하고 끝까지 버티다가 좋지 않는 결과를 맞는 이도 있다.

지금까지 금융지주회사들은 주주의 선택과 시장의 요구에 따라 CEO를 선임하고도 정부의 이런 저런 눈치를 봐야 했다.

지난해 9월부터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문제가 거론됐고 지난해 말부터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 문제가 거론되는 불행한 일들이 되풀이되고 있다.

그리고 이들 CEO의 연임 문제가 거론되는 과정에서 빠지지 않는 비난이 정부당국의 간섭이다. 금융당국은 나름대로 할 말이 있는 모양새를 취한다. 내부 구조를 들여다보면 지배구조의 불투명성이 보인다든지 CEO의 제왕적 경영형태가 문제라든지 하면서 보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경영이 이루어지면 그럴 일이 없을 것이라고 반박한다.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김정태 회장에 대해서는 은행법 준수 여부를 뒤진다든지 하며 CEO로서의 자격을 검증해 보고 싶어 한다. 또 윤종규 회장에 대해서는 국민은행 채용비리 관련 의혹을 제기하면서 CEO의 거취 문제까지 거론하고 있다.

그러나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금융업이 정부산하 기관도 아닌데 인사권에 개입하는 후진적 전통을 언제까지 이어갈 것인가.

대통령도 신년사에서 ‘정의’를 외쳤다. 정부의 인사 개입이 없을 것이라고 누누이 강조해 왔다. 지난 1월15일에는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비서관 보좌관회의에서 청와대 참모진들에게 "금융에 개입하지 말라"고 지시를 내리기까지 했다. 그 순수한 의도를 왜곡하면 안 된다.

정부 당국은 지금 시점에서 금융의 로드맵을 제시하고 이를 적극 지원하는 정책을 주도해야 한다. 새 정부가 출범하고 적폐청산, 잘못된 정책 추구에 대한 자기 고백 등으로 그동안 바빴던 것도 안다. 하지만 머뭇거릴 때가 아니다. 금융과 유통의 패러다임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중차대한 시점이다. 이러다가는 OECD 경쟁국들 가운데 홀로 처질 우려가 크다. 현장에서 달려나가는 것은 기업에게 맡겨야 한다.

CEO는 주주의 이익을 대변하고 회사의 가치를 끌어올리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어 가는 것이 가장 주된 임무이다. 도덕 선생을 뽑는 것처럼 잣대를 들이대면 그 자리에 남아날 사람이 없을 것이다.

금융의 채널이 사방팔방 다양해지고 있는 이 때 한국 금융계의 혁신은 이제 필수적인 과제가 되고 있는데 당국이 주도하는 관치금융의 낙하산 인사를 또 받아야만 한다면 우리 경제의 미래는 결코 밝을 일이 없을 것이다.

금융계 스스로 자정 노력을 기울이고 그 결과를 지켜보고 기다려 주는 인내가 간절히 필요한 시점이다.

이상엽 기자  sylee@techho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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